내가 처음 운전을 했던 건, 2001년 쯤이었다. 그전까지 운전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집이 경기도 변두리로 이사가게 되면서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했고, 어떻게든 자차를 몰지 않으면 길에서 시간을 다 버릴 정도였다.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던 나는 엄카(엄마 카드)를 빌려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고, 두달?만에 면허를 취득했다. 아버지가 몰고 다니셨던 오래된 엑셀을 물려받아 집 근처 20키로 이내에서 차를 몰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전하면서 그렇게 예민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첫 차를 구입하고 복잡한 서울시내를 비롯한 다양한 도로에서 다른 이들의 무지막지한 운전 행태를 경험하면서... 점점 더 안좋은 예민함을 갖게 되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도로의 진출입로를 양심없이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들을 보면, 화..
여러가지 불안이 있겠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불안은 이직? 혹은 퇴사에 대한 불안이다. 20년 전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일할때였다. 야근이 일상이되고, 사학재단이 원래 다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부조리와 문제점이 많았던 직장이었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직을 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면서 나의 마지막 선택은 문제가 많아도 이곳에 남아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다짐이었다. 2년의 계약기간을 잘 넘기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대학 근처에 방을 잡아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남의 일까지 도와가며 잘 적응해 갔다. 하지만 결국 2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계약해지(근로기준법 위반)되는 화가나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로부터 15년 ..
2023년 5월이었으니까... 1년하고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당초 예상했던 시간은 1년 정도였다. 도서관 개관은 나에게 운명적인 과업이라 생각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보람있게 일을 추진했다. 두곳의 도서관 개관과 두곳의 리모델링. 흔치 않은 경력이지만 나름의 자부심이 생길만한 도서관 속 나의 흔적들. 도서관은 무엇보다 이용자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다시 문을 열고 나서 가장 조마조마 했던 건, 사람들의 반응이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잘 만들어졌다. 고생했다. 하지만 여러 비판의 시각과 문제점들도 계속 발견된다. 당분간 계속 이 조마조마한 마음이 이어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고생했다. 여러가지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진행되었던 공사와 개관 준비였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기분 좋..
노원구로 이직한지, 석달째가 되어간다. 시간은 참 빠르지만 그동안 마음도 많이 쓰렸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 자신과의 내부적인 갈등이었을거다. 조금은 길게 느껴지기도 했던 2021년의 1~2월.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바뀐 건 없다. 나에게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설레이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 사명인 것이다. 흐믓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설레이는 봄이 오기를...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 인데... 기억에 남을 만한 기록이 많지 않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겠지? 일단 사람과의 만남 자체가 50% 이상은 줄었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모든 것이 움츠려들었다. 전염병은 마치 우리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이면 흩어지게 만들었고, 조금만 방심해도 무서운 기세로 확장해왔다. 올초 연말이 이런 분위기 일줄은 사실 몰랐다. 여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일상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이 상태가 3년은 더 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냥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직을 하고, 1년이 지났다. 누군가 나에게 어떠냐고 묻는다면 집이 가까워져서 더할나위 없이 좋다고... 그래, 그게 전부일수도, 다 장단점이..
이제 대학원도 마지막 학기만이 기다리고 있다. 남들처럼 과정이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논문의 초고를 다듬고 본격적인 글 불리기? 작업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나는 논문을 쓰지 않기로 했다. 논문을 쓰지 않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3가지는(이유가 3가지나 된다. 변명은 참 잘도 만든다) 첫째, 나는 내가 읽어왔던 논문들의 딱딱하고 재미없는 표현들을 극렬히 싫어한다. 글은 자고로 재미있거나 흥미롭거나 그것도 아니면 뭔가 매력이 있어야 잘 읽혀지는데, 대부분의 논문은 그렇지 못했다. 주제나 제목은 약간의 흥미(심지어 논문은 제목 조차 재미가 없다)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만, 내용을 보면 대부분은 수학공식처럼 풀어놓은 계산법에 의해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입증하려고 한다. 둘째, 최근의 문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