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옷의 구김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셔츠나 외투가 구겨져 있는 것을 보면, 다시 입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극성을 떤다. 좋아하는 색감의 옷이 있어도 구김이 심하면 여러차례 다림질을 시도해보고, 그것으로도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쉽사리 그 옷을 찾지 않는다. 내가 언제부터 구겨진 옷을 싫어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옷을 다리기 시작했던 건 아마도 군대에서 였을 것이다. 내무반에서 옷을 잘 다린다는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있고, 그 이후로 끊임없이 옷을 다렸다. 옷을 다리는 행위는 나의 루틴이 되었다. 구겨진 옷이 판판하게 펴져서 그 핏을 뽐내는 수준이 되면 나도 모르게 흐믓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머니는 내게 "옷 다림질 하는 거 귀찮지 않냐?"라고 하시지만 나에게 다림질은 내일을 준비하는, 그리고 사람앞에 나의 반듯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때로는 이 '구김'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구김'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작은 구김 하나가 멋이 될 수도 있고, 아무리 반듯하게 피어보려고 해도 불가능한 일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그래, 이젠 가끔 구김을 멋으로 삼고 살아가야겠다. 구겨진 옷을 보면 인상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저 구김에도 나름의 스토리와 가치가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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